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라디오. 라디오는 눈으로 보는 TV와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듭니다.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닌 청취자의 사연에 함께 울고 웃기도 하며 소통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라디오는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쳐나오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청취자들 뿐만 아니라 진행하는 DJ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요.
라디오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결혼식 당일에도 드레스를 입고 생방송을 진행했으며, 한참 만끽해야할 신혼여행지에서도 라디오를 진행한 DJ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를 진행했던 김혜영입니다.
김혜영은 1987년 1월부터 라디오를 시작해 2020년 5월까지 33년 3개월 동안 싱글벙글 쇼를 진행했습니다.
단아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솜씨로 그녀를 아나운서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은 코미디언 출신이었는데요.
1981년 제1회 MBC 개그콘테스트를 통해 코미디언으로 데뷔했으며 동기 코미디언으로는 이경규, 최양락 등이 있습니다.
처음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청춘행진곡> 등 코미디에 출연하며 코미디계의 대표미녀로 손꼽혔습니다.
하지만 라디오 프로그램 역사상 최장수 DJ 기록을 보유한 만큼 그녀의 코미디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네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특징상 수많은 에피소드를 겪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김혜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로 결혼식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진행을 떠올렸습니다.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려고 부장님을 찾았을 때 “너 결혼하는 날도 생방송 하고 가야하는 것 알지?”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내가 열심히 한 걸 아시는구나. 내가 꼭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해 결혼식을 올리기전 빠듯한 시간에 쫓겨 웨딩드레스를 입은채 라디오 생방을 진행 했습니다.
라디오가 끝나서야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놀랍게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꿈과 낭만이 가득한 신혼여행지에서도 김혜영은 이원방송을 통해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부장님은 “결혼식날 라디오를 하라는 것은 장난이었는데 진짜로 할 줄 몰랐다”며 말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녀는 1997년 부터 신장병의 일종인 ‘사구체신우염’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요.
“한번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는데 붉은 색이 나와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신장의 구멍이 나서 생긴 사구체신우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밝혔습니다.
당시엔 제대로 된 약이 개발되기 전으로 그녀는 아픈 몸을 일으켜 방송을 끝까지 책임졌다고 합니다.
방송을 진행할 때는 밝은 목소리로 청취자들에게 기쁨을 전해줬지만 광고가 나가거나 노래가 나가는 시간엔 엎드려 고통을 참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방송국 관계자들은 이제 그만 놔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악착같은 모습 때문인지 PD들도 본인이 직접 그만둔다고 할 때까지 지켜보자며 말을 했을 정도라고 하네요.
그런 아픈 상황 속에서도 그녀가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특히 든든한 친구를 뽑았는데요.
그녀의 절친한 효녀가수 현숙은 김혜영의 상태를 전해듣고는 전화를 걸어 “내 신장 줄 수 있을 것 같다. 종합검진 받았더니 건강하대”라며 마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김혜영은 현숙의 말에 감동받아 말없이 울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숙은 병원을 찾아가 “혜영이 살려달라. 고쳐달라”며 애원을 하기도 했으며, 그런 현숙의 마음 덕분인지 김혜영의 건강상태는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김혜영에게 라디오는 너무 열렬히 사랑한 연인과 같았다고 하는데요.
싱글벙글쇼 라디오 진행 20년을 기념해 골든 마우스를 받은 뒤 ‘언제가는 하차하게 되겠지’라며 꾸준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차의 순간을 받아들이고 처음에 덤덤했지만 33년간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했던 라디오와 작별을 하니 큰 공허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라디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요.
33년간 진행했던 <싱글벙글 쇼>를 끝낸지 3개월만에 새로운 프로그램의 DJ로 마이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KBS 해피 FM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김혜영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인데요.
김혜영은 “오거리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교차로에 다녀가겠나. 그런 프로그램이 되고싶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포부를 전했습니다.